“모든 의원이 안된다고 하였습니다.”(대장금)
“모든 의원이 내일 아니면 모레 혹은 십년후에 낫는 사람도 있다 하였다.”(한 상궁)
“마마님이 이기셔야 합니다.”(대장금)
“너 없이는 이길 수 없다.”(한 상궁)
(중략)
“저를 포기하십시오.”(대장금)
“니가 필요해”(한 상궁)
의원으로부터 장금의 미각(味覺)이 거의 회복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궁으로 돌아오는 나룻배 안에서 한 상궁과 장금은 이같은 대화를 나눈다. 한 상궁은 장금이 수랏간 나인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금에 대한 전적인 믿음과 신뢰를 보내고 있다.
한 상궁은 미각을 잃은 장금에게 음식 맛을 보지 말고 요리를 하라고 하면서, "너를 믿어라. 너를 믿지 못한다면, 나를 믿어라"며 장금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 양심의 리더십
한 상궁이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편법을 지양하고 양심에 기준한 리더십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 상궁은 장금이 백성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경합에서 패하자, 이같이 호통친다.
“백성들이 좋은 뼈와 고기로 탕을 끓여 먹을 수 있느냐? 백성들이 네가 비법이랍시고 말한 타락을 넣어서 끓여 먹을 수 있느냐? (중략) 헌데, 너는 오로지 이기겠다는 마음에 음식에 대한 기본 자세를 다 내팽개치고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면서 좋은 머리로 편법이나 생각해낸 것이 아니더냐.” 이 같은 도덕적 양심은 그녀가 최고상궁에 오른 뒤에 다른 상궁이나 궁녀들을 다룰 때도 발휘된다.
지난 10월 방한했던 밀리언 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 박사는 “빠르지 않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도덕적 권위’로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인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말해, 양심과 원칙을 지키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 감성적 리더십
한 상궁은 지장(智將)이기도 하였지만, 덕장(德將)으로서의 면모도 과시했다는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특히, 그녀의 자애로운 인품과 인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은 탈권위적이고 수평적 의사소통을 지향하는 리더로서의 전형을 보여준다. 경합을 앞두고, 한 상궁과 장금은 “장금아” “마마님 손이 떨리옵니다. 마마님 떠시는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고얀것~” 과 같은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거나, 감옥에서 서로를 의지하기도 한다. “힘들지 않느냐?” “저는 괜찮습니다. 마마님이 걱정이시지요” “나는 괜찮다. 너한테는 참으로 미안한 말이지만, 너와 같이 있으니 아프지도 않고 외롭지도 않고 춥지도 슬프지도 않구나.”
한 상궁은 15일 밤 누명을 쓰고 죽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한 시대. 한 상궁의 캐릭터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에게 많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것은 혹시 우리 사회에서 점차 보기 힘들어져만 가는 신뢰와 양심, 그리고 감성적 리더십에 대한 희구(希求)는 아니었을까.
출처: 조선일보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