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멤버 3명, 본안 판결 때까지 독자 활동 가능
10월 27일. 드디어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불공정계약 논란에 휩싸였던 동방신기와 SM엔터테인먼트 간의 법정 공방에서 결국 동방신기 3인 멤버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이날 동방신기의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 등 세 멤버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로써 이들 멤버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연예-비연예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전속계약의 일부 조항이 선량한 풍속에 반해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거나 효력이 소멸됐다고 볼 개연성이 높다.”며 “본안소송 판결까지 SM엔터테인먼트가 신청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공연 등 연예활동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거나 신청인들의 독자적인 연예활동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국내 연예시장에서 피신청인이 갖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본안판단이 장기화될 경우 그 기간에 신청인들의 독자적 연예 활동은 크게 제약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신청인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활동의 자유 등 헌법적 기본권까지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예인 전속계약은 당사자 사이 고도의 신뢰관계를 전제로 유지되는데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사이의 매니지먼트 계약의 토대가 되는 기본적 신뢰관계는 이미 무너진 것으로 보여 계약의 유·무효를 논하기에 앞서 양자 간에 더 이상 정상적인 전속관계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만 “개별합의를 통해 그룹 활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고 기존 활동에 따른 수익배분 등은 가처분 단계에서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전속계약 효력의 전면적인 정지를 구하는 부분은 기각했다.
이러한 판결은 연예기획사가 더 이상 전근대적 사업방식을 고집하지 말라는 법원의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질만 했다.
곧 3인 측 임상혁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를 타고 흐르는 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지만, 여느 때보다 한결 밝게 다가왔다.
그는 “재판부가 ‘SM엔터테인먼트는 본안판결 선고 때까지 멤버들의 의사에 반해 방송이나 영화출연, 공연 참가, 음반제작, 각종 연예행사 참가 등 연예활동에 관한 제3자와의 계약을 교섭하거나 체결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인용이지만 SM의 패소나 다름 없다.”면서 “결국 우리 연예계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속 연예인을 억압하는 일방향적 구조를 지속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승소의 기쁨 ... 팬들과 함께
세 멤버가 법원의 가처분 결정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임상혁 변호사를 통해 “부당한 전속계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연예활동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각자의 개성을 살려 진정한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임 변호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팬들이 보여준 절대적인 신뢰와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세 멤버는 종전과 다름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법원의 이번 결정을 기점으로 동방신기 세 멤버는 SM과의 전속관계에서 벗어나 SM 측의 방해 없이 자유롭게 독자적인 연예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이 보장되었다.”며 “결정 형식은 일부 인용이지만, 그 내용은 사실상 동방신기의 전부 승소”라고 평가했다.
또 “이번 전속계약이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법원은 멤버들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하여 즉시 계약을 정지시킬 필요성도 인정했다.”고 판결 의미를 조명했다.
SM ... 법원 결정에 “즉각 이의신청 할 것”
하지만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도 SM엔터테인먼트는 “즉각 이의신청을 하겠다.”며 굽히지 않는 모습이었다. SM은 이날 오후 짧은 보도자료를 내고 법원이 세 멤버가 제기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일부 받아들인 것에 대해 “금번 결과에서 계약이 무효라고 인정되지 않으나, 일부 인용된 부분이 있어서 즉각 이의신청을 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 “또한 가처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언론보도나 대응을 자제하라는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그간 밝히지 않았던 정확한 사실관계 및 당사의 입장을 조만간 다시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물끄러미 SM의 보도자료를 보고 있던 내게 지나가던 한 선배가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건넸다.
“그런데, SM이 이번 소송과 관련해 어떤 새로운 사실을 가지고 있기나 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