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당 골목을 다시 찾았을 땐,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골목도 나이 들어버린 뒤였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건 내 청춘도, 이 골목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은 기어코 흐른다. 모든 것은 기어코 지나가버리고, 기어코 나이들어간다.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찰나의 순간을 눈부시게 반짝거리고는 다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눈물겪도록 푸르던 시절, 나에게도 그런 청춘이 있었다.
쌍팔년도 우리의 쌍문동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그 시절이 그리운건, 그 골목이 그리운건 단지 지금보다 젊은 내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 곳에 아빠의 청춘이, 엄마의 청춘이, 친구들의 청춘이, 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의 청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는 한데 모아놓을 수 없는 그 젊은 풍경들에 마지막 인사조차 못한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이제 이미 사라져버린 것들에서, 다신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에 뒤늦은 인사를 고한다.
안녕 나의 청춘, 굿바이 쌍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