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노어 카루치
아이들은 너무 빨리 자랐고,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들이 카메라를 피해 내 눈앞에서 매일 펼쳐졌다. 매 순간, 나는 사진가가 될 것인가 어머니가 될 것인가를 선택해야 했다. 많은 사진들을 놓쳐버렸다. 아이들을 안고, 먹이고, 닦아주고, 입 맞추고, 일으켜 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에이미 엘킨스
고이 간직하길 원했던 순간을 담는 대신 나는 손을 낡은 나무로 된 피크닉 테이블에 대고 앉아 우리가 잠시 될 수 있었던 존재에 시선을 돌리고 또 귀 기울였다.
짐 골드버그
동생이 막 학교에서 돌아왔던 때였는데, 문이 열려 있었고, 나는 무심코 안을 들여다보다가 그 애가 옷을 벗은 채로 침대 시트를 갈고 있는 것을 보고 말았다. 동생은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고, 우리는 서로 눈이 마주쳤다. 맹세컨대, 나는 엿봤던 게 아니었다. 아직까지도 나는 내 마음의 눈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동생에게 오빠가 변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크리스 조던
카메라는 내 오른손에서 두 발짝 떨어진 피크닉 테이블 위에 있었다. 나는 카메라 쪽으로 몸을 절반 정도 돌리다 이내 멈췄다. 그 장면이 아주 잠깐이라도 지속될 지 확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광경은 이미 사라져 가고 있었다. 연기는 나뭇가지 사이로 자취를 감췄고 햇살은 증발해버렸다.
리사 케레시
나는 품에 4X5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촬영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 순간은 그의 것인 채로 두어야 했다.
로라 맥피
우리는 결국 광고판을 그냥 지나쳤지만 중요한 건 스스로 이 순간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했다는 점이다. 붉은 하늘이 검게 바뀌고, 아이들은 뜻밖의 운율을 만들어내고, 별이 땅 가까이 떨어지는 그런 순간 말이다.
피터 리세트
할머니도 모르는 사이에, 할머니와 나는 그 순간 하나로 묶였다. 아마도 어떤 장면들은 가슴 속에서만 그 의미를 갖는 것 같기도 하다.
에드 파나
나는 산책을 할 때마다 매번 카메라를 챙겨 가지는 않는다. 때로는 일부러 카메라를 잊어버리려고도 한다. 나는 늘 산책과 사진을 찍는 것이 약간 비슷하다고 느꼈다. 우리는 주변의 수많은 것들을 그저 잠깐씩 쳐다볼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아무리 익숙하고 편안한 곳이라도 우리가 알아차린 것보다는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훨씬 많다는 점에서 그 둘은 비슷하다.
the bom volume 06 <새로운 쓰임에 관하여> '사진 없는 사진첩' 중에서
글 최현지 / 사진 더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