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출연진 조율에도
막강 영향력 행사하는 대형 기획사
이처럼 JYJ는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각종 방송 프로그램의 출연을 봉쇄당해왔다. JYJ를 둘러싼 방송가의 의도적 출연 보이콧과 음반 유통과정의 예기치 않은 난항은 여러 면에서 우리 ‘연예정치판’의 불합리하고 퇴행적인 구조를 노출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JYJ의 방송출연이 갑자기 취소되는 정황을 예의주시하며 거대 기획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암묵적으로 특정 연예인의 활동을 가로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어떤 이들은 거대 기획사와 분란의 소지를 만들고 싶은 않은 방송사가 알아서 눈치를 보고 있다며 사실상 방송사들이 JYJ의 출연을 막고 있다고 말한다.
JYJ의 방송출연 제한이나 음반 유통의 어려움은 앞서 언급한 사례 외에도 그동안 여러 차례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가장 최근의 일로 지난 9월 발매한 첫 한국어 앨범 <인 헤븐>은 외부 압력으로 두 차례나 발매 자체가 무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JYJ 측에 따르면 이 앨범은 당초 여름에 발매될 예정이었지만, 작업이 거의 끝나가던 시점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유통사로부터 ‘우리는 JYJ 앨범 못 내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사장될 위기에 놓였던 이 앨범은 한 소형음반사를 통해 겨우 팬들의 손에 닿을 수 있었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1월 10일 문화면 톱으로 배치한 [음반 대박 JYJ, 가요프로에선 왜 안보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상파 3사 피디들이 제이와이제이를 출연시키지 않는 표면적 이유는 법적 분쟁이지만, 실제로는 기획사의 막강한 힘을 겁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PD는 해당 기사의 인터뷰에서 “일선 피디들이 알아서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은 맞다.”면서 “제이와이제이를 출연시켰다가 혹시 에스엠에서 소속 가수들의 출연을 보이콧하면 더 큰 손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경향신문>은 이튿날 보도한 [JYJ, TV서 ‘얼굴 없는 가수’ 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JYJ를 대하는 방송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경향신문>은 방송 종사자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JYJ가 방송 출연에 제한을 받는 까닭은 “거대 기획사와 방송사 사이의 역학관계에 따른 ‘눈치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특정 기획사가 나서서 특정인의 출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대 기획사의 막강한 파워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방송 제작진이 알아서 기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JYJ의 활동에 즈음해 각 방송사와 음반유통사에 이들의 활동 규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파문을 일으킨 문산연의 행위가 방송가에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도 보여주었다.
MBC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당시 인터뷰에서 “문산연 산하 제작자가 수십 명이고 소속 가수들도 많은데 굳이 그들과 분란의 소지를 만들면서까지 특정한 한 팀을 출연시킬 필요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SBS의 한 예능PD도 “소속사와 법적 갈등을 겪고 있는 연예인을 출연시켜 괜히 시끄러워질 필요가 없다는 표면적인 이유도 있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PD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SM이나 JYP, YG와 같은 대형 기획사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신경을 쓴다.”면서 “막말로 JYJ 한 번 출연시켰다가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를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시키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한 “같은 방송사 내에서도 이들의 출연을 두고 국 사이에 갈등이 비화되었다.”면서 지난해 연말 JYJ의 KBS 연기대상 출연을 두고 벌어졌던 촌극을 소개했다. JYJ의 출연이 알려지면서 드라마국과 예능국 사이에 “앞으로 음악프로그램에 가수들 섭외 안 되면 책임질거냐”는 식의 설전이 오갔으며, 문산연은 KBS 드라마국장 등을 방문해 이들의 출연을 철회해주기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같은 날 <미디어스>는 [재범과 JYJ는 왜 방송에 출연할 수 없는 걸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JYP, SM의 공공연한 출연 거래 그리고 기획사의 주식 문제를 다루며 방송사의 출연진 조율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형 기획사의 횡포를 꼬집었다.
기사는 당시 JYP와 갈등관계에 있던 재범과 JYJ가 TV에 출연하지 못하는 것은 “방송사와 대형 기획사의 커넥션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 제작 일선에 있는 PD들의 공통된 지적”이라고 밝혔다.
취재에 응한 이들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형 기획사들이 제작을 시작한 이후로는 그 힘이 더욱 커졌다.”고 귀띔했다. 특히 한 PD는 재범과 JYJ가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 문제가 “사실상의 사전 검열 개념”이라며 “외주건 내부건 문제가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굳이 출연을 고집해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 공통된 답변이었다.”고 전했다.
담당 기자는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대형 기획사의 파워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어느 누구도 취재에 실명을 밝히지 못했다. ‘반드시 불이익이 있을 것’이란 입장이었다. 그만큼 대형 기획사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는 방증일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한겨레신문>은 법원이 본안 소송 중임에도 SM엔터테인먼트가 JYJ를 상대로 제기한 법원 가처분 이의신청 및 씨제스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한 사건을 보도한 2월 18일자 [법원, 전 소속사 이의신청 기각 ... JYJ 장애물 또 넘어섰지만] 제하의 기사에서 “거대 기획사에 알아서 기는 방송사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제이와이제이의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출연은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방송사들이 제이와이제이를 배척하는 진짜 이유는 다수의 인기 아이돌을 거느린 에스엠과 맞붙기 싫기 때문이라는 게 방송사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3월 2일 게재한 [법원이 나서도 못 푸는 JYJ 보이지 않는 족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JYJ에 채워진 보이지 않는 족쇄의 뿌리는 거대 기획사 SM의 조직적인 방해라는 게 방송사 PD들의 전언”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최근 JYP엔터테인먼트가 사생활 논란과 함께 2PM에서 탈퇴한 재범의 사과를 수용,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에 공문을 보내 연예활동 제재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1년 넘게 이어졌던 갈등을 마무리 짓고 극적 화해했다는 소식은 ‘미담’으로 포장돼 뉴스가 됐다. 하지만 거대 기획사에 찍히면 방송 활동이 끝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괴담’에 더 가까워 보인다. 법의 판단도 무시하는 대형 연예기획사의 횡포를 제지할 길은 없는 걸까”라고 한탄했다.
<스포츠한국>은 7월 21일자 [결국 SM과 불화 때문에 ... “JYJ 방송출연 불가능”] 제하의 기사에서 KBS 한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JYJ가 SM엔터테인먼트와의 법정 공방이 끝나기 전까지는 KBS에 출연할 가능성이 없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당시는 JYJ의 ‘제주 7대 경관 기원 KBS 특집생방송’ 출연이 갑자기 취소돼 논란이 일던 시기였다. 해당 기사는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KBS 본사 측에서 JYJ의 출연을 막은 게 아니냐는 ‘외압설’이 제기됐다.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JYJ가 KBS에 출연하기 힘들다는 해당 방송국 관계자의 말에 따라 이러한 외압설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비평했다.
멀어 보이는 방송사의 자발적 의식전환
앞서 살펴본 것처럼 JYJ는 연예인으로서는 상당히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지만, 방송 진출에 있어서는 불공평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압박은 마치 ‘집단 왕따’를 연상시킨다. 거대 기획사와 그에 이해관계가 얽힌 이익집단의 패거리행위에 방송사까지 나서 동조하는 꼴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수 십 만장의 앨범을 판매하고, 각종 차트를 휩쓸어도 음악방송에 출연하지 못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기형적이다. 이 또한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게임의 일면이다. 이러한 행위는 결국 JYJ를 고사시키겠다는 저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수면 아래서 비도덕적인 부당거래를 하고 있으며, 권력집단이 전방위로 JYJ의 정상적 활동을 가로막고 있다는 의혹제기는 그래서 가능하다.
때문에 이제라도 아티스트와 시청자를 우롱하고 기만하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시청자와의 약속마저 헌신짝 내팽겨 치듯 가볍게 여겼던 방송 권력은 이제라도 정당하고 건전한 구조와 공정한 시장의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연예기획사의 힘에 짓눌려 스스로 편성권을 포기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결국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자각해야 한다.
“기획사가 아무리 독하게 방해하고자 한들 방송사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부당한 행위를 용납하고 동조한다면 방송의 공영성은 설 땅을 잃고 말 것”이라는 한 칼럼니스트의 경고는 귀담아들을만하다.
각 방송 제작진의 좀 더 성숙하고 자발적인 의식전환은 그래서 절실하다. JYJ를 비롯한 연예인들이 공정하고 건강한 경쟁관계 속에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줘야 한다. 더 이상 음악외적인 요소로 이들의 방송활동이 저지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이 기성세대의 역할이기도 하다.
한때 정치적 암흑기 속에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던 방송이 이제는 대형 기획사의 ‘삐에로’를 자청하며 스스로 굴종의 역사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은 가슴쓰리다. 하지만 이를 가볍게 여기다간 오늘의 한국 방송은 후대에 한낱 연예권력의 눈치나 보며 전도유망한 아이돌그룹에게 보이지 않는 족쇄를 채운 졸렬하고 어리석은 또 하나의 권력으로 각인될 것이다.
나아가 연예계와 방송사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국민과 대중, 그리고 정치권의 지속적인 관심과 개선의 움직임이 동반되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무대 위에서는 웃고 있지만, 무대 뒤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건강한 대중문화산업의 발전을 위한 사회 각계의 행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 소속사의 불공정한 계약 관계에 반발해 저항했던 JYJ 멤버들이 이제는 방송 권력과 연예 권력의 불공정한 ‘결탁’에 또다시 희생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이다.
“국내에서도 가수활동을 잘 하고 싶어요. 한국인인데 자국 무대에서 선보일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게 슬픕니다. 언젠가부터 음악방송이 마치 해외 프로그램처럼 낯설게 느껴진다니까요. 공평하게 주어진 무대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간절합니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까 그런 현실이 답답하지만, 더 똘똘 뭉쳐서 개선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지켜봐 주세요. 우린 계속 전진할 겁니다.”(김준수 <인 헤븐> 발매기념 인터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