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짝이 된다는 건 역시 그런 것일까. 서로를 참 많이 닮은 부부였다. 외모뿐 아니라 특유의 수더분한 분위기, 자주 쓰는 단어 그리고 뜸 들일 때의 표정마저. 유독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인터뷰였고, 대화를 주고받다 이따금 공백이 생길 때면 우린 너나 할 것 없이 직사각형 창문에 담긴 일자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럴 때면 생각했다. 만약 사랑이 보이는 것이라면 아마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 거라.
interviewee 샐리와 이메다 부부
─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분이 제주도 여행 중에 처음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셨다고. 극적이라는 얘기 많이 들으시겠어요.
샐리: (웃음) 근데 제주에선 생각보다 흔한 일이에요. 아니 흔하다기보다는 좀 더 쉬운 일이랄까요. 저희처럼 여행을 하다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에 이르는 부부들을 종종 봐왔거든요.
이메다: 아무래도 여행을 하다가 만난 터라 가치관이나 취향 이런 것들에 있어서 조금 더 잘 맞는 부분이 있어요. 시작이 제주도였기 때문에 제주에서 둥지를 트는 일도 꽤 수월하게 풀린 편이었고요.
샐리: 네, 맞아요.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정착에 있어서 거창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네요.
이메다: 네. 저 같은 경우엔 군을 제대하고 바로 내려온 거예요. 그때 어머니께서 조금 편찮으셔서 제주로 내려가신다 하시길래 당시 이렇다 할 직업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나도 그냥 따라가서 살자 싶었죠. 사실 아주 꼬마일 때 제주에서 잠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결정에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도 있을 거예요.
샐리: 저는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첫 여행지를 제주도로 잡았다가 그 여행이 2박 3일에서 3박 4일이 되고, 2달이 되고, 6개월이 되고, 1년이 되고. 이렇게 여행이 점점 길어지면서 정착까지 하게 된 거예요.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여기 있으니 또 어떤 이유가 필요할까 싶었죠(웃음).
살아 보니 어때요.
샐리: 역시 일상이 많이 느려졌죠. 서울에서 다니던 회사는 출근 시간만 2시간이 걸려서 항상 6시면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니 해를 보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느긋하게 일어나 씻고 하루를 준비하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릅니다. 또 이웃들과의 관계도 많이 변했어요.
이메다: 저 같은 경우엔 예전처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편이에요. 저희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의 조식을 제가 맡고 있거든요. 제가 워낙 요리하는 걸 즐기는 편이라. 아침에 굉장한 여유 시간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과 다른 종류의 바쁨이라 버겁게 느껴지진 않더라고요.
그런 변화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샐리: 일단 짜증이 많이 줄었고요. 무겁고 우울한 일들도 편하게 넘길 수 있는 배짱이 생긴 거 같아요.
솔직히 제주에서 산다고 해도 마냥 즐거운 일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샐리: 그럼요. 많은 분들이 제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계시죠. 저희 역시 그걸 쫓아서 여기까지 온 거고요. 현실에 부딪힐 때도 많았어요. 환상과 현실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재밌게 살면 현실도 환상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도시에 비해 부족한 부분들은 저희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고 또 제주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엔 더 감사하며 살려고 노력해요. 마음만 먹으면 수영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딱히 마음먹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들로 가득 찬 곳이니까요.
─
카페 샐리, 이메다 하우스 그리고 바다보석
카페샐리와 이메다하우스는 어떤 공간인가요.
이메다: 카페샐리와 이메다하우스는 저희의 별명을 따서 만든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고요. 저희들의 신혼집이자, 직장이자, 놀이터예요.
운영하시면서 ‘이 일을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 땐 언제인가요.
이메다: 재미를 느낄 때요. 온종일 정신없이 일하고 들어와도 재미있다고 느낄 때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을 해요. 나의 일, 우리의 일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 일인지 몰랐어요.
샐리: 꼭 매일 작은 탑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 같아요.
바다보석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샐리: 바다보석은 제가 제주도에 처음 내려왔을 때부터 모아두었던 조개나 소라 껍데기들을 세척하고 가공해 만든 핸드메이드 액세서리 브랜드입니다.
바다보석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샐리: 희소성이라 생각해요.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모두가 각기 다른 디자인을 가질 수 있다는 게 특별하다 생각해요. 무엇보다 제주 바다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고 있고요.
the bom volume 04 <작고도 큰 발견들> '제주에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면' 중에서
글 라어진 / 사진 김보경, 샐리와 이메다